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기는 했어요. 밤에 강변을 걸으면 바람도 참 선선하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그걸 상대가 알아주었음 했던 것 같기도 해요. 갑자기 멈춰서면, 무슨 일 있나 앵무새처럼 되묻고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전해졌으면 해서, 자꾸만 시시껄렁한 말을 붙여요. 난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에요. 그...
“어디가 아프신 건데요?” 지난 밤에도, 지지난밤에도 괜찮았는데, 왜 오늘에서야 그러시는지. 그는 머리맡에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바람에 밀리는 파동으로 느껴졌다. 답지 않게 왜 자꾸 귀여운 짓을 했냐고, 귀여운 줄도 모르면서, 엉키는 생각은 그대로 헤쳐질 생각은 영영 없는 듯 했다.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알려주셨잖아요.” ...
돌아왔다. 패치는 불현듯이 눈을 떴고, 자신의 위치가 현재 익숙한 천장을 바라보고 눈을 뜬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패치는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조용하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만 이따금씩 들리는 소름끼칠정도로 적막한 방 안, 패치는 그 안에서 자신만 홀로 외따로이 떨어졌다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아무도 모르고, 자신은 언제나 엄하고 철저한 상사...
매뉴얼은 흘기듯이 패치를 바라보았다. 안달하는 게 눈에 뻔히 보여서 사람 뒷맛 덜하게 만드는게 치트의 말은 맞았다. 저런건 좀 일탈을 900도 정도 돌아서 해봐야 좀 느슨해진다. 하지만 빡빡하게 구는게 잘 물 것같은 매력은 있잖아. 그런 건 확실하다고, 매뉴얼은 치트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변화를 충동적으로 시키는 건 불가하다 생각했...
치트는 자신이 어느 대학교에 갈지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묻고 나면 이런 대답이 들려올게 뻔했다. ‘당연히 수호대 아니었어요? 선배님은 거기가 잘 어울리던데,’ 어느 부분에서 잘 어울릴거라 상상한지는 몰라도 그가 선택할 곳이기는 했다. 딱히 수긍하고 싶지도 않았던 터라패치는 잠자코 있었다. 그가 점잔빼는 척 하는게 같잖아서 그렇기도 하고, 기분이 나빴다. ...
한동안 패치는 열심히 살았다. 곧잘 1등도 했으며, 날이 추워 곱아드는 손가락을 쥐고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했으며, 이따금씩 넋을 뺴놓고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겼다. 국가에서 매달 보내주는 지원금으로 장을 보기도 했으며(대부분이 라면과 콩나물같은 부실한 것이었지만), 시간을 내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한두권씩 읽곤 했다. 체력은 국력이라기에 매일 열심히...
그렇게 당신은 내 곁을 떠났다. 당연한 결과였다. 두명의 구혼자에 고를 수 있는 건 딱 한명 뿐이었으니까. 당신은 사회적 통념을 거스를 정도로 두명을 좋아하지도 용기가 넘치지도 않았다. 그래도 자신을 꽤나 좋아했었던 거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가끔씩 자신이 선택되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했다. 뭐 전부 의미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상상하고 마는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지금껏 믿어왔으나, 그런 뻣뻣하고 강직한 구석으로는 여유롭고 느긋하고, 유혹적인 흑조를 연기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쿠키조각을 보았다. 언쟁도 여러번 오가는 것이다. 그녀의 배역 때문에 더욱더 양부는 날카로워지고 오히려 자신보다 더 강요를 하는 참에 패치는 귀가 저릴 지경이었다. 입버릇처럼...
완벽하고, 완벽을 위한, 완벽에 의한 발레를 추구하며 매번 처절할 정도로 연습을 했다. 그녀는 매번 극단에 치우친 평론을 받았다. 인형같다는 말, 배역을 위해 완벽히 깎아낸 마리오네트라는 뻔하지만 뿌듯한 그런 말들의 나열을 양부가 하나씩 골라주며 말할 때는 그녀 자신도 기분좋게 흥얼거리며 그게 당연한 듯 귓가에 주어섬기는 것이다. 동료들도 전부 자신만큼 열...
시선은 더 곧게. 발 끝은 항상 쿠션 위를 오른 듯 살포시. 팔은 우아하게 허공을 가르고. 그 누구도 감히 당신을 탐낼 수 없도록 고귀하게 턱을 들고, 아무나 짓밟을 수 있도록 웃음을 팔며. 사랑을 구걸하세요. 관객이 없고, 후원자가 없다면 당신을 하이라이트할 가치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다는 걸 스스로 깨달으세요. 노력만으로는 아름다운 천장이 존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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