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는 이따금씩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해보았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상냥하고 부드러웠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을 많이 사랑했다. 그럼에도, 그가 원망스러운 이유는… * Marriage blue * 주방의 달그닥거리는 조리도구 소리가 정적이 가득한 집 안을 메웠다. 액체를 끓이며 올라오는 훈김도 패치의 코를 옅게나마 스쳤으며, 고...
패치는 다시 빈 자리를 채우는 퍼블리의 존재에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더 오래 안나와도 좋겠지만 패치는 발레리나의 몸이 얼마나 강인하고 또한 연약한지를 알고 있었다. 패치에게 아주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것치고는 이상하리만치 한걸음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사실 패치가 피한 거라고 봐도 좋았다. 어떻게든 낑낑대고 당장이라도 내달려오고 싶은데 대외적인 체면이 있으...
당신이 내 꿈결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았다가 뜨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천천히 그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낚아올려 건지기만 하면 됐다. 내 자체가 당신이 물고 빨아 공략할 수 있는 게임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러고 싶었던 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일테니까. 날 좀...
취업반 여지태 기반 양기훈은 늘 쓰레기같은 새끼였다. 주지태는 매번 떠올리곤 한다. 겁먹고,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지난 날들을 더이상 의미없게 만드는 결심을 할만큼 간절했던 것…이라면 역시 동생을 찾는 일이었으나, 언제나 세상 일이 뜻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 당황스럽다. 초면에 등신 쪼다라며 실실 쪼갰던 인간이 의처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일거수 일투족을 ...
그날은 꽃이 비처럼 내리는 계절이었다. 낯선 향기가 자꾸만 익숙하게 코 끝에 스몄다. 떠나간 지 오래인 건 너였다.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어서, 진실로 나무턱이 파여있었다. 낡고, 값싼 소재니 흔적이 더 뚜렷하게 남았나. 나도 저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였다. 애초에 급이 맞지 않았으니, 흠집이 나고, 마모된 건 나밖에 없었다. 미닫이문을 다시 닫았다. 꽉 ...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선배를 죽이려던게 아니었어요. 죽지 않을 걸 알았는데도, 너무 겁이 많았던 제가 문제겠죠. 제가 살면서 그렇게 빠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요, 단숨에 내달리는데, 숨을 쉬는 것따윈 알 바가 아니었어요. 심장이 터질 것 같던, 다리의 감각이 없던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배님이, 아, 이런 말을 지금 해봤자 뭣하겠어요. 어차피 ...
아..아파요 ㅅ..선배님.., 너무 아파… 그가 땀에 젖은 채로 일어났던 일이 이번엔 몇번째일까. 세기도 지쳤던 나머지 패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또 고개를 웅크리며 신음을 삭이고 있었다. 패치는 등골이 서늘하다. 언제까지 너를 이렇게 아프게 해야만 할까. 패치는 열에 달뜬 눈으로 성마르게 바라보는 치트의 등을 얼렀다. 흰 셔츠가 땀에 배여 축축하고...
패치는 단숨에 일들을 해치웠다. 조금이라도 뒤돌아보면 누군가 쫓아올것만 같아서는 아니었다. 본래 제 성격이 그러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더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대충 삶을 마감하리라고 어렴풋하게 예측하는 바가 있었다. 그 일환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 사이에서, 역겨움이라도 자신이 받을...
다리 사이로 끊임없이 핏물이 배어나왔다. 빌어먹을 스너프필름이라도 찍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얻어낸 흐릿한 영상과 조잡한 질감은 질나쁜 행위가 뒤이어질 것이라는 걸 암시라도 하듯 불안하게 깜빡였지만, 무형의 불길한 예감과는 들어맞지 않게 강압적인 치료만 일방적으로 계속되었다. 근육이 다 빠졌는지, 희미하게 결만 남은 팔이 위태롭게 반항을 시도했다. 그는 ...
한밤 중, 한 새벽 네시쯤 되었을까, 도로 위에는 거뭇한 그림자 하나가 비척대며 차 없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뭘 질질 흘리고 있기라도 한건지 바닥에는 자신의 그림자만큼 진한 점액같은 걸 흘려대며 자리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흡사 크리처라고 생각되진 않았을까. 달팽이가 꾸물꾸물 기어가는듯 자리에 남기는 흔적은 더럽고, 비천하고, 우울의 냄새가 스...
인생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