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이 얇아 다리를 포개기만 했는데도 그의 허리를 온전히 감아낸 형태였다. 그녀는 부드럽고 조금은 차다고 할 수 있는 체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감촉을 계속 느끼길 원했고 그 행동을 그대로 실천해나갔다. 상처는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녀가 어서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그녀가 깬다면 재앙같은 입버릇으로 어떻게 그런 외양에서 천박한 말투가 쏟아져 내리는지 하나하나 환상을 다 깨트려 줄 의향도 있었을 것이다. 의도든, 아니든. 그는 그런 그녀의 본 성격을 모른 체 피곤과 상처에 절어있는 그녀에게 무엇인지 모를 애정을 갈구했다. 그럼에도 아까 상처를 헤집은 것 외에는 미동조차 없는 얼굴에서 정복욕을 느끼기도 했다. 지하에서 드려오는 옅은 비명소리는 이미 안중에도 없어진지 오래였다. 소리나 빽빽 지르는 것이 그의 미학에 들어맞을리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사라져있을 것 같은 그녀의 상태에 자리를 비우기 싫기도 했고 말이다. 처음 본 사이임에도 그는 무척이나 각별함을 느껴서, 어지간하면 그녀가 고생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반대인 경우가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부드럽게 뭉개지는 모양도 아름다웠고, 얼굴에 닿는 감촉도 대단히 감미로웠다. 와인을 흩뿌려 놓고 핥아도 극상의 진미가 될 것 같았다.

 

그대로 그는 이불을 덮고 몸을 포갠 채로 잠이 들었다. 그녀는 다음날에도 깨어나지 않았고, 결국 꽃집을 비웠다.

 

 

아마 생리적인 허기때문에 토스트라도 먹어야하지 않을까 했지만, 혹시 그녀가 도망가기라도 할까봐. 그는 그녀를 한 팔로 안았다. 그녀의 몸에서는 짙은 풀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남은 한 손으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적당히 구워낸 베이컨에 계란 반숙, 그리고 우유 한잔, 토스트기에 넣은 버터를 발라 바싹 구워낸 식빵들로 적당히 구성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건강을 생각해서 여린 배추잎까지. 오리엔탈 드레싱까지 뿌려낸 신선한 샐러드의 향취는 어느때나 맡아도 질리지 않는 냄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식탁을 세팅한 다음 의자에 앉아서 한 손으로 포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집이 작아서 그의 안에 폭 안겼다. 그리고 목을 가누는 힘이 없어 그의 목 부근에 기대었다는 부분도 상당히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나른한 주황빛 햇살이 그들을 비췄다. 그는 그녀를 줍고나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자가 익숙하지만은 않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시끄럽고 이해할 수 없는 부류들이 많았으나, 아름다움에 경이를 느끼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사실 그가 언제 여자와 아침을 보내고 잠을 같이 잤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이 처음일수도 있었다. 마들렌과는 정사 후에 항상 끝이었다.

 

한참 베이컨의 짭조름한 맛이 입안을 맴돌고 나니 허기가 조금 가셨다. 그는 그녀의 건강을 책임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식빵과 샐러드를 입으로 가져다가 몇 번 씹은 다음 입으로 1차 소화된 음식물을 넘겼다. 목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먹을 수는 있는 모양이었다. 그로서도 기분이 좋기는 했다. 그리고 몇번을 반복한 뒤 입가심으로 우유를 마시게 했다.

 

씻기기도 하고, 이불 시트도 갈아주고, 모두 그의 한손이 그녀를 안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가 그녀를 한 손으로 들 힘만 없었어도 그는 밥도, 목욕도, 이불 시트 갈기도 못했을 것이다.

 

 

 


다음날에도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조금 실망했더라고 한다면 거짓일까, 그는 많이 아쉬워했다. 이틀연속으로 꽃집을 비워둘 수는 없기에 그는 집안에 구비된 철제 수갑으로 그녀를 구속했다. 쉽게 끊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쉬운 대로 이런 것밖에 없었다. 꽃집에는 부드러운 쿠션이 있는 흔들의자가 있었고, 그것의 다리는 잘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옷을 입힌 다음에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흔들의자와 발목을 연결하는 족쇄를 매달았다. 그리고 검은 안대를 씌웠다. 햇빛이 어린 그 모습을 보니, 한가한 아침에 낮잠을 즐기고 있는 평범히 아름다운 여성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이즈에 맞지 않는 그의 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마치 꽃집이 요정의 정원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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